교회에 실망한 사람들 (1)

16421502204_e06ba0a2c9_b
photo credit: Il duomo di Milano via photopin (license)

성추행을 한 것이 명백한 목사가 소속된 노회로 부터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외국 유학까지 다녀와서 대학 강단에 서는 목사가 자녀의 시신을 집에 1년간 유기하다 구속되는 사회. 이것이 2016년을 살살아가는 우리가 마딱들이게 되는 개신교의 민낯이다. 하지만 이런 대형 사건들 속에서만 교회의 민낯을 만나게 되는 것은 아니다.

2015년에서 2016년으로 넘어오는 시점에 만난 여러 사람들로 부터 교회에 대한 아쉬운 소리, 아픈 소리, 교회를 떠날 수 밖에 없었던 소리를 들었다. 도대체 우리는 어디서 부터 잘못 걸어온 것일까?

A는 흔히 말하는 모태신앙이다. 결혼해서 아이들도 낳고 알콩달콩 지내고 있다. 결혼하고 이사하는 과정에서 교회를 옮겼다. 그 교회는 꽤 큰 교회로 시스템이 잘 갖춰진 교회였다. 한 가지 흠이라면 담임목사의 아버지 목사가 친구 목사와 함께 아들들의 담임목사직을 맞바꿨다는 것, 일종의 변칙 세습을 한 것이다. 그래도 그 교회를 열심히 다녔다. 아내는 더 열심히 교회 일에 메달렸다.

그런데 어느 순간, A의 눈에 거슬리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주중에도 성경구절을 엄청 열심히 외웠다. 처음에는 그것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는데 조금 지나고 보니, 아이들이 그렇게도 열심히 성경구절을 외우는 이유가 그렇게 외우면 주일학교에서 스티커를 받을 수 있고 그 스티커를 모아서 무언가 물건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몇 번인가 아이에게 외우고 있는 성경 구절의 의미에 대해 물어봤지만 아이는 그런 것에는 관심이 없고 무조건 많이 외우는 일에만 집중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자 아내와 아이들이 부서에서 하는 공연 준비에 정신이 없다. 아내는 아이들에게 입힐 무대복을 만들고 교회 강단을 꾸미는 준비로 바쁘다. 아이들은 자신에게 맡겨진 배역을 집에서도 열심히 연습하고 흉내내곤 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왜 그렇게 열심히 연습하는지 물어봤다. 교회에서 하는 성탄행사에 교회의 거의 모든 부서가 출연하는데 그 중에서 뒤쳐지면 안 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 대답을 듣는 순간 A는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싶었다고 한다.

A는 결국 결심을 했다. 성탄을 몇 일 앞둔 어느 날, A는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는 한 가지 통보를 했다.
“우리 집은 올해부터 크리스마스에 교회에 가지 않는다. 크리스마스는 가족끼리 함께 모여서 예수님의 탄생을 기뻐하고, 가족끼리 사랑을 나누는 날이다.”
A의 가족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가족 예배를 드리고 오랜만에 피자를 시켜서 온 가족이 즐겁게 먹었다고 한다.

A는 이렇게 말한다.
“교회에서 다들 열심히 무언가 하고 있는데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를 모르겠어요. 본질은 없어져 버리고 껍데기만 남아 버린 것 같아요.
저도 중고등부 시절에 많이 방황했지만 교회를 통해서 위로를 얻고 힘을 얻었는데, 이제는 교회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가 없어서 저도 힘이 드네요….”

A와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책 한 권이 떠올랐다.

yulsim

 

 

 

Leave a Reply

Be the First to Comment!

avatar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