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묵. 마태복음 25:31~46

마태복음 25장에 등장하는 종말 비유 3세트 중 마지막 이야기, 흔히 양과 염소의 비유라고 불리는 이야기이다.

#1.

우리는 흔히 구원은 “예수를 주로 고백하고 믿음으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본문에 등장하는 양과 염소로 구분되어 심판 받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기준은 그것이 아니었다. 심판자들은 그들에게 “너희는 예수를 믿느냐?”고 묻지 않았다. 심판자가 요구한 기준은 6가지이다.

    • 배고픈 자를 먹였는가?
    • 목마른 자에게 물을 주었는가?
    • 나그네를 집으로 초대해 대접했는가?
    • 헐벗은 자에게 옷을 입혔는가?
    • 아픈 자를 돌봤는가?
    • 감옥에 갇힌 자를 찾아가 돌봤는가?

이 기준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예수님으로만 구원얻음과 위의 6가지 요구는 어떻게 병립가능한가? 요즘 읽고 있는 <최후 심판에서 행위의 역할 논쟁(새물결플러스)>이 이 부분에 대해 다룬다. 물론 논쟁거리가 많은 부분이다. 둘 다를 만족해야 하는가? 둘 중 하나가 더 우선권을 가지는가? 아니면 둘은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키고 있는가?

25장에서 심판자가 요구하는 6가지 기준은 도덕적 기준으로서의 요구라기 보다는 그것이 예수를 믿는다면 당연하게 병행될 삶의 모습이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즉 “이 6가지 요구를 다 했는가?”라는 물음은 “네가 예수를 믿는 자로 잘 살아 왔는가?”라는 물음으로 바꿔도 그 의미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염소로 분류된 사람들의 반응이다. 그들은 심판자의 6대 요구 불이행에 대한 책망에 대해 “우리가 언제 그런 것을 하지 않았습니까?”라고 반문한다. 사실 나는 오늘 아침 이 본문을 읽기 전까지는 그들의 대답이 “우리는 그것을 열심히 하며 살았습니다.”라는 의미로 이해했었다. 그런데 오늘 문득 그런 뜻이 아닐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태복음의 흐름을 고려한다면 여기서 염소로 판정받아 심판받는 사람들은 바리새인과 서기관들로 대표되는 종교 지도자 그룹일 것이다. 그들이 평생을 걸고 열심을 낸 건 무엇이었을까? 종교적 의식을 잘 지키는 것이다. 즉, 율법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들은 수많은 율법을 정해 놓고 그것을 지키는데 온 힘을 다한 사람들이다. 왜 그랬는가? 그것이 하나님을 잘 섬기는 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즉, 그들은 ‘하나님’만 바라보고 산 사람들이다. 

표현이 좀 불경하긴 하지만, ‘하나님만 바라보고 산다’는 것이 늘 옳은 일일까? 오늘 본문은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종교 지도자들은 하나님만 바라봤다. 그런데 하나님만 열심히 바라보느라 그들 바로 옆에 있었던 굶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헐벗은 자, 아픈 갇힌 자를 보지 못했다. 그들이 바라보는 하나님은 굶주리지도, 목마르지도, 나그네 되지도, 헐벗지도, 아프지도, 갇히지도 않는 분이시니 그들은 먹이고, 마시우고, 대접하고, 입히고, 돌볼 경험을 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하나님만 바라보다가 이웃은 보지 못하는 자에게 심판이 있다.

#2.

우리는 어떤가? 사역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을 만나면서 종교적인 가르침과 공동체의 규칙으로만 그들을 평가하지 않는가? 그들이 배고픈지, 목마른지, 아픈지는 관심 갖지 않고 그들에게 종교적 열심을 내지 않는다고 채근하고만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마태복음에서 예수님이나 그의 제자들과 우리를 동일시 할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책망 대상이었던 종교 지도자들과 우리를 동일시 해야 하는 상황에 와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 교회의 침몰을 모두가 말하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이유는 모두 외부에서 찾으려 한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우리가 타고 있는 배에 우리 스스로 구멍을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종교적 열심의 과잉 시대다. 수많은 이름을 붙인 예배, 각종 명목의 헌금들, 고상하고 품위있는 성도로서의 삶에 요구되는 윤리들…

그러나 내 옆에 있는 약자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우리에겐 이미 희망은 없다. 이젠 너무 흔해진 표현인 ‘골든타임’은 어쩌면 이미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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